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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에 대한 회상  

포르노에 대한 회상              이미지 #1
 
손에 넣기 쉬운데다 흔하기까지 하다면 그것이 소중한 추억이 되긴 어려울 것이다. 난 그래서 오늘날의 청소년들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그들은 인터넷을 열고 각종 파일 공유 사이트에 접속한 뒤, 적당히 검색어를 입력하면 너무 쉽게 포르노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충분히 주의만 기울인다면 걸릴 일도 없거니와, 설령 걸린다손 치더라도 포르노그라피의 바다에서 살고 있는 것은 부모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자제하라는 경고 정도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 과연 이런 포르노가 재미있을까?
 
어둑어둑한 방에서 친구들 모여 앉아 침 꼴딱꼴딱 삼켜가며 행여 이 친구의 부모님께서 갑자기 볼일 마치시고 돌아오시는 건 아닐지 노심초사하며 보는 재미에는 결코 미치지 못하리라.
 
인간의 호기심은 강력하다. 더구나 그것이 본능 충족에 관한 것임에야... 삼삼오오 모여 쑥떡거리는 포르노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국민학생 시절부터 이루어지는 논의이다. 1987년의 한 국민학교 교실. 3학년 남자애들이 모여 쑥떡거린다.

 
'있어. 여자가 진짜 다 벗고 나와서 막 뭐해.'
'뻥치네 이 새끼. 너 같으면 카메라 앞에서 옷 벗겠냐?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있어.'
'진짜야 자식들아. 내가 봤다니까.'
'그럼 갖고 와봐. 내기하자. 있나 없나.'
'그걸 어떻게 갖고 와, 미친놈아. 아빠가 보던 건데.'
'지랄. 없으니까 못 갖고 오지.'
 
 
 
그런 것이 있다고 주장한 꼬마가 바로 나였다. 당시 아버지께서는 왠 중국산 에로영화를 한편 빌려보셨는데 - 훗.. 아버지도 한창때셨지. 크크 - 부모님이 외출한 틈을 타서 왠지 야릇해 보이는 그 테입을 용감하게 틀어보았던 것이다. 황제와 얽힌 후궁들의 이야기였고, 양귀비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이 되니 배경은 당나라였을 것이다. 돈 좀 들인 에로영화 되겠다. 기껏해야 가슴 살짝 엉덩이 살짝 순간순간 보여주는 테입이었지만 난 머릿속에서 뭔가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이건.. 뭐냐!! 어째서 오래, 그리고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 거냐는 짜증과 함께 언제 부모님이 귀가하실지 모른다는 초불안감. 거기다 테입은 반드시 아버지가 보신데까지 맞춰놔야 한다는 압박감...
 
그 와중에도 기억나는 씬은 역시 섹스 씬이었는데, 술에 취한 황제를 별로 총애 받지 못하던 후궁이 데려다 그 짓을 하는 장면이었다. 둘 다 즐거워보이지 않았다. 남자배우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상체를 좀 움직이는 듯 했고 우욱우욱하는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고, 더 기가 막힌 건 여배우였는데 자기가 데려와서 자기가 벗기고 자기가 적극적으로 하면서 매우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좋아서 낸 신음이었겠지만 이불을 손으로 꽈악 쥐는 장면을 제대로 잡아주는 컷을 보며 나는 그것을 매우 고통스러운 몸짓으로 이해했다. 여튼 매우 충격적인 영상이었음은 분명했고 다음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떠들어줬건만 믿어주질 않았던 것이다.
 
포르노에 대한 회상              이미지 #2
 
애가 어디로 나오는지, 그리고 애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았던 중학생 시절엔 드디어 제대로 된 포르노를 보게 되었다.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어디 가면 볼 수 있는지,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포르노 비디오. 바로 그 포르노 비디오 테입이 박군의 집에 있다는 소문이 사실로 밝혀졌고, 우리 반엔 그야말로 빅뱅이 발생하였다.
 
아이들은 주말마다 조를 짜서-_-; 순서대로 관람하였다. 드디어 내 차례도 돌아왔고 문제의 그것을 보게 되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런 행위를 찍는다는 것도, 여배우가 다리를 한껏 벌리고 자신의 그곳을 아주 자세하게 보여주는 것도, 서로의 성기를 핥고 빨아주는 장면도, 그러면서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남자배우의 자지를 입에 물고 너무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여배우의 표정도, 그리고 도저히 사람의 물건으로는 보이지 않는 남배우의 그것도 모두 충격이었다. 그리고 너무 흥미로웠다. 결국 그 테입은 서너명의 급우들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사건은 터졌다. 이미 봤던 새끼가 대체 왜 그걸 빌려가야 했는지, 박군은 왜 거기에 순순히 응했는지, 그리고 테입을 전달하는 날 왜 하필 옆 반 놈은 담배를 피우다 걸렸는지 모든 게 너무나 공교로운 사건이었다.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전에 교실로 들이닥친 담임 선생님, 이어진 소지품 검사. 결정적으로 딱 걸린 포르노 테입...
 
빌려가던 놈이 의리가 없던 놈이었다. 지꺼라고 우겼어야 했다. 그러나 놈은 테입 주인이 박군인걸 불어버렸다. 담임의 모진 고문에도 꿋꿋히 버티던 박군은 그러나 매타작이 서른대를 넘어가던 즈음에 결국 불고 말았다. 박군이 호명하는 놈 다 나와라는 담임의 호통과 박군의 자백이 이루어지면서 담임은 수용소를 복도로 옮겨야 했다. 교실엔 정말로 안 본 서 너명의 애들과 우리 반 짱 먹던 이군만 남았다. 박군은 끝내 이군만은 불 수가 없었으리라. 이군을 족쳐보면 뻔히 나올 사실을 왜 담임은 그냥 넘어갔는지 모르겠지만 어쨋건 마흔 명쯤 되는 학생들을 모두 두들긴 체력은 경이적인 것이었다. 그야말로 존나게 맞았다. 그리고 집집마다 걸려온, 굳이 꼭 아버지랑 통화해야 한다는 담임의 전화. 어머니께서는 영문도 모른채 맞는 아들을 지켜보셔야 했다.
 
이미 실전에 돌입한 아이들과 포르노에도 침 질질 흘리는 아이들이 서로의 문화적 간극을 극복하고 한 교실에서 같이 밥먹으며 지낸 고교시절에 대한 회상은 다음으로 미루자.
 
대학 기숙사는 포르노 파일의 천국이었다. 기숙사 방방마다 컴퓨터 하드는 공유되었고, 그 많은 하드를 다 합해놓으면 엄청난 물량의 포르노물이 튀어나왔다. 보고나면 화장실 한번 갔다와야 했지만 피끓는 스무살, 어찌 보지 않을 수 있으랴. 제대하고 나니, 이미 포르노그라피의 바다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래도 유료가 많았던지라 쉽게 볼 수는 없었지만 작정하고 찾아보면 무료 사이트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알게된 공유 사이트들. 더 이상 짐승같은 양놈들 포르노만 볼 필요가 없었다. 일본의 위대함이라니! 간호사, 여교사, 메이드, 지하철 치한, 근친물 등등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는 다양한 설정. 신음에도 뭍어나오는 아찔한 내면 연기. 감동이었다. 허나, 어찌 한국을 무시하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한국. 일본이 설정의 다양함이라 한다면 한국은 진솔함으로 맞선다. 다양한 설정을 바탕으로 촬영하는 포르노가 아니라, 그냥 실제 섹스 자체를 찍어버리는 셀카. 이 리얼리티 또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다 성인 방송까지. 이 정도면 이제 뭐가 더 나와야 할지 모르겠다. 아하! 요즘엔 또 화상 채팅도 있었지! 더 이상 니들이 만들어 놓은 영상은 거부한다. 내가 원하는 포즈를 직접 요구할 수 있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이를 두고 어찌 포르노그라피의 바다라 칭하지 않을 수 있으랴.
 
식상해지긴 했지만 여자친구와 섹스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었다. 따라하며 서로를 타박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넌 가슴이 저렇게 안 크잖아. 정말 제대로 빤다, 저렇게 해봐. 앞치마 구해주면 함 입어봐라. 우리가 저 자세가 안 나오는건 니가 짧기 때문이야. 쟤 허리 움직이는 거 보이지? 좀 더 세게 해봐. 쟤들은 한창인데 벌써 끝나면 어떡해! ... 쓰다보니 그때 나는 상처를 많이 입었던 것 같다.
 
이젠 더이상 포르노물에 껄떡댈 시대도, 나이도 아닌 듯 하다. 아주 가끔 땡길 때가 있어서 보기는 하지만 예전 같은 재미는 아니고, 그저 탁탁탁 도우미 정도의 도구라고 할까. 가슴 떨리던 그 재미, 졸라 두들겨 맞고서도 다음날 학교와서 우리들끼리 시시덕거리던 그 재미에는 도저히 비길 수가 없다. 그립구나! 마이클!(문제의 포르노 테입 주인공, 여인네들이 교성을 지르며 연신 마이클을 불러대서 지금도 기억나는 향수어린 이름) 
 
+ 부록 : 고교시절의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사연하나
 
집집마다 다 있다는 포르노 테입. 과연 우리집에도 있었다. 비록 모자이크 처리가 된 것이기는 했지만 집이 비었을 때 한번씩 보는 재미가 진진했다. 예술적인 평가도 받고 있는 실비아 크리스텔의 엠마누엘! 역시 우리 아부지의 취향은 존경할 만 한 것이다.
 
포르노에 대한 회상              이미지 #3
 
부모님은 여행을 가신 어느날. 동생마저 친구집에서 자겠다고 외박을 해버리고. 이런 날 보지 않으면 벼락맞아 뒤지리라. 오늘 탁탁탁의 한계에 도전한다! 두 번짼가 사정을 하고 나서 일단 스탑버튼을 누른 뒤 티비에서 해주는 영화를 봤다. 주말의 명화였던가. 아무튼 영화를 중간에 끊고 광고를 때리길래, 에라 한번 더! 하며 플레이버튼을 누른....다는 것이 녹화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응? 왜 안나와? 테입은 돌아가는 것 같... 끄어어어어어어어억!!!
 
급히 스탑 버튼을 다시 눌렀건만 무심한 비디오는 장장 10여초간의 광고를 녹화 시켜버렸다. 하늘이 노래졌다... 가출을 해야하나? 솔직히 불어야 하나? 과연 내년에도 일기를 쓸 수 있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결국 메모지에 잘못했다는 진술서를 적어 테입에 동봉시켰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그 기억이 지워진 1년쯤 후에 아버지께서는 그제야 발견하신 모양이셨다. 내 방에 오셔서 '그냥 넘어갈까 하다 너 신경쓰일까봐 아버지가 말을 한다. 별일 아니니 신경쓰지마라, 그 나이에 다 호기심 갖는 거지 뭐.'라는 말씀을 하셨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중학교 때도 분명 호기심이었다. 아니 그때가 더 호기심이었다. 이건 공범이니 넘어가고 그건 나 혼자 걸렸으니 맞았구나 라는 생각에 지금은 좀 억울하지만, 그때는 그저 감사와 안도의 마음뿐이었다.
 
하기는 그 흥미진진한 추억을 이제와서 무엇으로 살 수 있으랴! 억울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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